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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7-10-14 17:58:51
제목 이우경 그리고 어효선 다시 쓴 <그림 한국 전래 동화 19번> - 강승숙
내용  

이우경 그리고 어효선 다시 쓴 <그림 한국 전래 동화 19번> - 강승숙

이우경이라는 화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겨레선집이 나오면서다. 겨레 동무들은 이우경의 그림이 좋다고 한마디씩 했고 나 역시 그의 그림에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화가를 생각하면 어쩐지 서글픈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겨레선집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화면 속 인물이나 사물은 납작하게 보일 때가 많은데도 어쩐지 생동감 있고 입체감 있는 인물로 다가온다. 글에는 없지만 인물들은 무언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가득해 보인다. 선의 느낌은 사뭇 다르지만 윌리엄 스타이그의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을 볼 때도 나는 이우경을 떠올렸다. 나는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을 보는 동안 내내 그 단순하고 부드러운 선에서 흘러나오는 수많은 감정에 탄복했는데 이우경 이라는 작가의 그림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만약 이 화가가 더 오래 살아서 그림책을 만들었다면 윌리엄 스타이그처럼 원숙하고 생기발랄하며 따뜻한 기운이 넘치는 작품을 만들지 않았을까.

이우경이 그린 《견우와 직녀》를 보게 된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3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견우와 직녀》를 가르치기 위해 재화가 잘 된 작품을 찾다가 못 찾고, 유애로가 그린 《견우와 직녀》도 책방에 몇 군데 들렀다가 없어 못 샀다. 지도서에 있는 보기 글로 때워야 하나 했는데 운좋게 친한 벗한테 어효선이 글을 쓰고 이우경이 그림을 그린 20권짜리 <그림 한국전래동화>를 얻어 보게 되었다. 급한 대로 몇 권만 훑어보았는데 과감하게 원색을 쓰는 점이나 시원스럽게 그려나간 그의 그림은 보는 이의 눈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한테 이 그림책을 보여주었다.
"얘들아, 견우와 직녀가 무슨 뜻인지 혹시 아니?"
예닐곱 명이 손을 든다. 그 중 한 명을 시키니 옳게 대답한다.
"견우는요 소 풀 먹이는 사람이구요 직녀는 베 짜는 여자예요."
표지를 보여주었다.
"와 견우와 직녀가 껴안았다!"
"키스도 하겠다!"
아이들은 메스컴의 영향 때문인지 남녀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유난히 부끄러워하거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첫 장면을 보여주었다. 직녀가 베를 짜고 있는데 그림이 아주 시원스럽다.
"옛날 옛적 하늘 나라 임금님의 딸이 있었대. 마음씨가 곱고 아주 예뻤대는군......."
글을 읽어주고 그림을 보여주니 한 아이가 손을 든다.
"선생님, 글에서는 직녀가 예쁘다고 했는데 그림 보니까 안 예뻐요."
"꼭 머리가 길어서 귀신같다!" 
"글쎄, 나는 단정하고 예쁜 것 같은데.....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생각하면 밉다는 생각이 들겠지. 이 화가는 직녀가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한 거 같아."  
여자 아이들은 직녀가 예쁘지 않아서 꽤 실망스런 얼굴이다. 다음 장에는 견우를 소개하는 이야기와 장면이 나온다. 
"야! 하하 되게 웃긴다 견우가 웃기게 생겼어."
"소 이마에 동그란 건 뭐지?"
아이들은 할말이 많아서 마구 이야기해댄다.  
"우와 하늘에서 풀이 나고 꽃이 펴!"
"선생님, 그런데 견우하고 직녀하고 하늘 위에서 살아요."
"그렇지. 하늘나라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잖아."
"그럼 지금도 견우랑 직녀가 살아있어요."
"글쎄 내가 알 수 없지."

3학년인데도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묻는 아이가 있다. 아무튼 아이들은 꽤나 즐거운 얼굴로 손가락질도 하고 웃기도 하고 저들끼리 뭐라뭐라 하기도 한다. 그렇다. 이우경의 그림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평범한 얼굴들이다. 못난이 같은 우리 얼굴들이다. 사실 글에서는 직녀를 예쁘다고 해 놨는데 그림에서는 예쁘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 점이 아이들한테는 은근히 신나는 일이 아닐까. 이어 이들이 혼인잔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늘 나라 임금 딸 혼인잔치라지만 그렇게 화려한 것도 없다. 그냥 서민들의 초례상 같아 보인다. 다음 장면에서는 혼인한 이후를 보여주는데 견우는 피리를 불고 직녀는 견우 곁에서 팔을 기대고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 이들은 일을 하지 않고 내내 이렇게 노는 것이다. 눈이 어설프게 그려진 소는 멀리서 이들을 보고 있다. 꽃이 피고 나비가 너울거리고 구름은 춤을 춘다. 이들의 놀이는 갈수록 흥이 높아지고 결국 임금의 눈에 나기에 이르게 되는데 이들의 신나는 놀이판을 보여주는 장면이 정말 재미있다.

"선생님, 왜 견우 입이 저래요?"
견우뿐 아니다 직녀도 입이 헤 벌어져 있다. 직녀에게는 공주의 품위같은 게 없다. 이들은 방자와 향단이가 되어 놀고 있다.. 우아하고 고고한 자태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견우는 직녀를 소에 태우고 온 꽃밭을 휘젓고 다닌다. 앞 화면에 칠해진 하늘색 배경은 어느새 붉은 바탕으로 바뀌어 이들의 정열과 흥분을 한껏 돋우어 주고 있다. 구름도 꽃도 모두 춤을 추는 것 같다. 이제 다음 장에서는 불호령을 내리는 왕과 그 앞에 쪼그라든 견우, 직녀가 나온다. 그러다 한 장 더 넘어가면 벌을 내리는 왕과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비는 딸의 모습이 크게 화면을 채우는 장면이 나온다.
"와! 왕이 너무 웃긴다. 수염이 뭐 저래요."
"옷에 그려진 문신도 웃긴다."
"옷에 그려 있는 게 가짜같아요.
그림들은 선 하나를 한 번에 가볍게 슥슥 그려놓은 듯 하다. 인물의 표정은 적절하게 자신의 처지나 감정을 드러내고 있지만 사이사이 양념처럼 들어간 소품들 때문에 웃음이 절로 비져 나온다. 하늘나라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라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인간스런 감정이 풍부하게 흐르고 있다. 왕의 얼굴만 보아도 그렇다. 심각한 얼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리 편치 않은 속내를 내비치는 얼굴이기도 하다. 왕이 입은 옷에 그려진 문양은 용 두마리가 뒤엉켜 원을 이루고 있는데 정말 꼴이 우습다. 용들이 한 대 얻어맞고 눈이 핑핑 돌아가고 있는 듯 하다. 이제 견우와 직녀는 눈물을 흘리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으로 떠나간다. 이제 이들은 베를 짜고 소먹이는 일을 다시 부지런히 한다. 드디어 칠월 칠석이 돌아오고 이들은 커다란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대각선 끝자락에 마주 서 있다. 슬픈 얼굴을 한 채로.

원경으로 두 사람이 멀리 보이던 장면을 넘어가면 커다랗게 화면을 메우고 있는 직녀의 얼굴이 나온다. 직녀는 뚝뚝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이 강을 넘치게 하여 땅으로 쏟아진다. 물난리가 날만큼 쏟아지고 쏟아지고.
"이제 까마귀하고 까치가 도와준다!"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는 아이들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내뱉는다. 그러면서도 직녀의 슬픔에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우경은 또 한번 즐거운 시간을 아이들한테 내준다. 땅이 물에 잠겨 바위돌 하나씩 차지하고 선 동물들은 은하수에 다리라도 놓자는 회의를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토끼, 호랑이, 여우, 까치, 사슴의 얼굴이 볼만한다. 민화에서 빌어온 화풍으로 그려진 이들 동물들은 저마다 익살스러운 얼굴들을 하고 있다. 순진한 이들의 얼굴을 보면 정말 두 사람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이어지는 장면은 다시 땅으로 옮겨와 이들이 회의를 하는 장면인데 소 닭 보듯 하다는 말을 슬쩍 화면에 집어 넣은 듯 닭은 소 위에 버젓하게 서 있다. 호랑이는 그 위엄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멍텅구리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 동물들의 얼굴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한참 이야기할 것 같다.

여기서 까마귀와 까치의 의기투합은 이루어지고 다음장면에서 세상의 모든 까치와 까마귀는 은하수를 향해 난다. 펼친 화면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을 향해 놓은 날아 오르는 새떼들은 떼지어 가는 철새를 떠오르게 한다. 
"화아 무슨 군대같다."
"멋있어요."
검정 까마귀와 파랑과 회색을 한 까치가 고루 섞여 날아 오르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이제 표지에 나왔던 장면, 견우와 직녀가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날 까치와 까마귀는 머리가 하얗게 벗겨진다나, 견우와 직녀가 딛었기 때문이라는거야. 
"얘들아, 끝났어. 재미있었니?"
"네"
"그럼 이야기값 내야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신이 나서 손뼉을 친다. 
"이 그림책 보고 나서 하고 싶은 얘기 해보자."
"견우와 직녀가 헤어져 있다가 만날 때가 슬펐어요."
"그림에 대한 느낌은?"
"재미있게 그린 것 같아요.".
"까마귀, 까치가 머리가 아플 것 같아요."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들하고 실컷 웃었다. 아이들은 쉼 없이 그림의 이러저러한 면들을 끄집어가며 묻고 의견을 말했다. 나는 아이들이 반응을 보면서 이우경의 그림이 아이들을 아는 그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그림에는 여백이 있다. 이야기의 여백같은 것 말이다. 그의 그림은 아이들이 끼어 들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하다.

아이들은 견우와 직녀가 왜 일을 안 했는지 속상해하기도 하고 어리석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임금을 너무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낭만성이 짙다. 둘의 사랑을 돕기 위해 새들이 은하수를 건너게 도와주다니 얼마나 아름다운 상상인가! 그런데 슬프고 낭만적인 이 이야기를 화가 이우경은 실컷 웃어 가면서도 아련한 아픔으로 남도록 그림을 그려놓았다. 어효선이 재화한 이야기 맛도 좋다. 30명 정도의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앞으로 이우경이 그린 다른 그림책도 야금야금 맛보면서 아이들한테 보여줄 생각이다.▣
 ( 강승숙 선생님은 겨레아동문학회와 한국글쓰기연구회 회원이며 초등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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